설연휴 후 근황

일상 2017. 2. 11. 16:50

1. 연휴동안
  동생과 나 둘 다 시집장가를 못가서 우리 집 명절은 언제나 단촐하다. 동생의 이번 여자친구는 진짜 결혼까지 갈 것 같기도 한 게, 명절 이나 부모님 생신 때마다 선물 보낸다. 이번 설에 그 아이가 보낸 떡을 맛있게 먹었다.
  아빠가 새해 세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원하는대로 하질 않아서 작년 설에는 집안이 시끄러웠다.
 
  작년 설 때만 해도 2016년 우리집에 그렇게 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는데... 올 설에는 아빠께서 원하시는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배하고 예배를 드렸다. 점심 때는 시흥에 사는 이모네 가서 또 예배를 드리고 기도했다.
  우리 엄마는 머리카락만 없다 뿐이지 편찮기 전과 똑같이 생활 하신다. 한창 아프셨던 작년 추석 때는 음식 거의 못하셨는데, 이번 설 때는 식혜 를 비롯하여 갈비, 동태전, 월남쌈 까지 만들어 주셨다.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지만, 할 수 있다고 자꾸 요리하고 싶어 하셔서 나도 음식장만을 도왔다.

2. 친척들 근황
  설에 이모네 가서 우리집이랑 친하게 지내는 사촌 남동생이 결혼을 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고 경찰 공무원 시험준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사표 쓴 건 너무 이해할 수 있지만, 공무원 하고 싶어하는 건 절대 이해를 못하겠다. 며칠전에도 관할 세무서에 전화하면서 화가 나 죽는 줄 알았는데. 정말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안일하고 게으르고 불친절 끝판왕의 표본인 공무원이 되고 싶을까? 심지어 뉴스에서 가끔 듣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갉아 먹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범죄 들과 밀접한 업무를 하는 경찰공무원이라니! 사명감이 있어서 도전하는 거면 존경스럽지만, 만약 그저 공무원이어서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 이라면... 나와 친한 지인이 그런 결심을 했다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을 것이다.

3. 동물적 감각
  매달 생리가 돌아오고, 또 배란 때가 되면 인간도 역시 동물이구나... 하고 느낀다. 초경을 시작한 이래 매달 느끼는 기분이지만 정말 좋지못한 기분이다. 평소 남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 전혀 안하는데 이럴 땐 남자들은 얼마나 편할까 싶다.

4. 재입사한 직원
  작년에 퇴사하는 날, 뜬금없이 수트를 입고와서 기억에 남았던 직원이 재입사했다. (우리 회사는 개발자들 대부분 청바지에 티 입고 다님)
  그 직원 캐주얼 입을 땐 몰랐는데, 차려입은 모습이 평소랑 다르게 멋져보여서 당시 좀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 날 사표내고 다른 회사 면접 볼 작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인사업무를 하다보니, 서류로 파악되는 직원의 가족관계나 개인사정 같은 게 있는데, 그 직원은 계속 불행하게 살아온 것으로 추정이 되서 잘됐으면 했는데, 또 우리회사에 입사하다니..이 회사에 다시 돌아온 건 실패라는 뜻인데 좀 안타까웠다.
  그래도 퇴사 전 급여보다는 높게 계약한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수트 입었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서인지, 서류 안내 등을 하는데 그 직원의 눈을 제대로 못 쳐다봤다. 내 나이가 몇 인데 또래 남자한테 이렇게 내외를 심하게 하나 싶어서 스스로 웃겼다. 결혼해서 애 낳으면 젊은 남자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쳐다보거나 말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을까? 아마 그것도 사람 나름이겠지.

5. 점심시간 은행 가는 길 

 
  며칠 전 직장인들 중 '혼밥' 하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학교에서 일할 때 여자들끼리 모여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며 맞장구 쳐줘야 하는 것에 너무 큰 피로를 느꼈다. 밥먹으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나도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피곤해서, 혼자 밥 먹을 핑계를 찾다가 그 핑계도 마땅치 않아, 일부러 학교에서 하는 영어 수업을 점심시간에 듣는 걸로 신청해서 몇 달동안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적도 있다. 그 기사에 달린 댓글 중, 남들이랑 밥 먹는 것 조차 싫으면 회사생활 때려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이 있었다. 나도 동감이다. 나 같은 인간은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하고 혼자 하는 일을 해야 여러 사람이 편한 인간이다. 그런데 먹고 살려면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난 내 맘대로 일할 만큼 큰 능력도 없다.

  친한 친구가 며칠 전에 자기랑 같이 맛있는 걸 꼭 같이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 아니냐고 자기는 그런 사람 너무 괴롭고 힘들다는 애기가 나왔다. 그 말을 듣고 역시 나랑 친한 친구구나 싶었다. 왜냐면 나도 줄곧 똑같은 생각 하고 있었으니까.

  이건 순전히 나 혼자만 믿고 있는 이론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의 최고 기쁨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면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 확신한다는 점에서. 나는 점심시간에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생각 별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식판 밥도 맛없다는 생각 별로 안 들고, 먹는 것이 내 일생의 가장 큰 기쁨은 더더욱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맛있는 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데 그것도 전혀 나한테는 해당 사항 아니다. 그런데 먹을 걸 밝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같이 매 식사 맛있는걸 찾아 다니며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인 줄 안다. 마치 대부분의 애완견주들이 내 애완견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며 만지고 싶어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랑 비슷하다. 

  결론은 나는 먹는 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과 함께하면 피곤하고 마음이 불편하고 하여튼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너의 편견이라고 욕해도 하는 수 없지만 난 그렇다. 대학생 때도 친구한테 난 먹기 싫은데 계속 먹으라고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예전부터 난 그랬던 것 같다.

  불행히도 우리 회사에 내가 밥을 꼭 같이 먹어줘야만 하는 여자 부장님이 딱 이런 과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하셔서 매 점심시간마다 뭐 먹을지 고민하고 맛있는 걸 먹자고 하고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는 엄청 먼 곳까지 기꺼이 찾아가고 기다린다. 예전 성수동 있을 때는 점심시간에 그 부장님의 차 타고 건대 앞도 가고 롯데백화점도 가고 그랬다. 단지 점심 시간에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더 환장하는 건, 난 전혀 가고 싶지도 않았던 비싼 음식점에 나를 끌고 가서는 죽어도 밥값은 더치페이를 한다는 것이다. 그 부장은 그러면서 내가 맛있는 걸 먹었으니 행복할 줄 안다. (내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본인이 먹고 싶은 걸 먹느라 날 끌고 다니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설마..) 올해 우리 엄마 보험료도 오르고, 내 통신요금도 늘어나고 해서 나는 요즘 만원 단위로 돈 아끼면서 꼭 필요한 것만 제일 싼 걸로 찾아 사는 등 간신히 생활하는데, 먹고 싶지도 않았던 비싼 음식을 먹고 만원 넘는 돈을 내고 나면 맛있는 걸 먹어서 좋기는 커녕 한없이 우울해진다. 이런 걸 보면 내가 먹는 데 큰 관여를 안하게 된 게, 일생 맛있는 걸 양껏 먹을 만큼 여유가 있어본 적이 없어서 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많은 돈이 생긴다고 해도 난 그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할 때 비싸고 맛있는 걸 먹는 것이 우선 순위에 들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나는 혼자 먹을 핑계가 생기면 어떻게든 혼자 먹으려고 한다. 며칠전에는 마침 OTP 갱신 시점이 되서 은행갈 일이 생겨 은행 때문에 혼자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 가산디지털단지 내 산업은행을 찾아 나섰다. 사무실에서 신는 슬리퍼 신고 나왔는데 육교도 건너고 2km 넘게 걸었지만, 혼자 걷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위에 사진은 육교 건너는 중에 보이는 풍경을 찍은 건데, 막무가내로 지어 올린 아파트형 공장이 범람하는 가산디지털단지는 내가 보기엔 정말 정 없고 멋 없다. 비행기가 엄청 낮게 나는 구간이라 비행기가 지나가고 전철까지 지나가면 시끄럽기도 엄청 시끄럽고. 하지만 뭐 아무리 그래도 성수동 보단 백배 좋다.

  그런데 지금이 2017년인데, OTP 같은 실물 도구를 지참해야만 금융거래가 되고 갱신 시점이 되면 반드시 본인이 은행까지 찾아가야만 한다는 거 너무 미개하지 않나. OTP 가 없으면 금융거래 아무 것도 못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은행 사이트가 보안이 엄청나게 잘되냐. 그것도 아니고.. 어쨌든 이번에 갱신 했으니 3년간은 OTP 갱신하러 은행 안가도 되지만 3년 뒤에도 똑같이 이 OTP 를 사용한다면 난 아직도 미개한 한국의 은행 시스템이라고 욕하면서 은행에 가겠지.


1. 크리스마스 

  요 근래 매년 크리스마스 쯤 만나던 (남자인) 친구가 있었다. 올해는 그 친구한테도 메리크리스마스라는 형식적 메시지 조차 없는 정말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틀 뒤면 내 생일. 매년 별 거 없었다. 아마 난 죽을 때까지 이럴 것 같다. 나는 누군가와 이 정도면 많이 친해졌고, 상대방도 나를 진짜 친구로 받아들여주겠지? 라고 착각하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이런 애정결핍적 행동과 태도가 스스로 짜증이 나서 날이 갈수록 사람을 멀리 하게 된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 없는 곳에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길 바랄 뿐이다. 27일 내 생일에는 가족 제외한 누구한테라도 축하한다는 말을 단 한번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내 생일은 언제나 회사에서 제일 바쁜 시즌이라 생일답게 보낸 적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의미부여 안하지만, 2016년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해 라, 혼자서라도 의미깊게 보내고 싶다.

2.  사무실 이전

  사무실 이전이 드디어 끝났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난 사무실 이사도 가정집 포장 이사처럼 그날 아침에 다 싸고 옮겨주고 정리까지 해주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나랑 막내만 죽어라 짐싸고, 죽어라 전화하고 일했다. 걔랑 전우애 같은 감정을 느꼈다. 어쨌든 끝났고, 나는 가산디지털단지 내 수많은 아파트형공장 중 한 건물 안의 한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인천에서 비정상적으로 멀었던 성수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사무실이 이전한 덕분에 출퇴근시간이 약 90분 줄었다.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그나마 보람 있다. 만약에 2년 뒤 여기 계약 연장 안하고 또 이사간다고 하면 정말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할 것 같다. 사무실 이사는 일반 가정집 이사와는 차원이 다르더라. 우리집은 이사만 한 15번 정도 했는데, 15번 이사하는 동안 이번 사무실 이사 처럼 힘든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사를 토요일에 해서 어쩔 수 없이 토요일에도 출근했는데, 휴일 근로 수당 같은 것도 하나도 없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심하게 몸살이 나서 월요일에 간신히 일하고, 화요일에는 도저히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라 결근했다. 할머니 체력인 나는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힘든 노동을 하면 무조건 탈이 난다. 나같은 체력의 소유자는 규칙적으로 살 수 밖에 없다.

 

3. 내 자리

  나는 언제나 딸린 짐이 많은 편에 속한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내 짐만 세 박스가 나왔다. (다른 직원들은 보통 한박스) 짐을 줄이려고 회사에서 쓰던 컵과 커피 드리퍼, 원두, 우롱차잎, 커피 필터, 잎차용 필터를 집으로 가져왔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 먹는 것이 내 유일한 낙이라고 할만큼 2008년 부터 쭉 아침에 원두커피를 마셨지만, 요즘 나오는 아메리카노 믹스가 워낙 훌륭해서 이제 그렇게까지 불편하게 직접 내려 마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컵은 회사 싱크대를 열어보니 아무도 안 쓴 것으로 보이는 컵이 있어서 그냥 그 컵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짐을 줄여도 내 왼쪽에 있는 서류 들은 정리할 수 없었다. 안쓰는 파일이 하나도 없이 다 수시로 꺼내보는 것들이라.. 어쩔 수 없다.

 


  회사를 워낙 많이 옮겨 다녀서, 내 자리 사진을 웬만하면 남겨 놓는 편이다. 위 사진은 성수동 사무실에 있을 때 내 자리다. 지금 가산동에도 거의 똑같이 정리해놓았다. 우리 사무실에서 내 컴퓨터가 제일 후지고, 모니터도 나만 유일하게  4:3 비율 모니터를 쓴다. 근데 뭐 상관 없다. 일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 난 어차피 오피스 패키지 외 다른 프로그램은 하나도 안쓰니.

 

4. 고독한 삶

  12월 10일에 너무 우울하여, 혼자 산책을 나섰다. 하루종일 늘어져서 TV 보다, 책보다, 음악듣다, 석양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삶도 그리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생일인데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나에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요즘 필요한 게 없다. 아니, 내가 갖고 싶은 것 중에서 남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건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너무 슬프고, 자주 좌절한다. 교회에서 기도할 때는 당연히 하나님께서 내 맘을 알고 들어주리라 확신하지만, 요즘들어 부쩍 마음이 약해진다. 의심하면 될 것도 안되는 건데.

 

 

 

 

  이 동네 살면서 셀 수 없이 자유공원에 자주 갔지만, 비가 억수로 오던 어느 여름날 이후 이렇게 사람이 없는 자유공원은 처음 봤다. 찬 겨울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추운 바다 속으로 야속하게 사라져가는 태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그 순간 인천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느낌이었다.

 

5. 건강

  아직 감기 몸살이 다 낫지도 않았는데 화요일에 받아놓은 약이 떨어져 어제 병원에 가서 2시간을 대기했다. 정말 지루해 죽을 뻔 했다. 너무 심심해서 신문도 봤다가, 핸드폰도 보다가, 너무 심심해서 혈압도 쟀다. 혈압이 최고 87 에 최저 54 가 나왔길래, 네이버에서 저혈압에 대해 찾아봤다. 몇 년 전 신문에서 의사가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위험하다는 건 완전히 잘못된 의학상식이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어서, 난 저혈압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안쓰고 산다. 네이버에서 보니 저혈압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증세는 만성피로 라는데, 정상 혈압인 사람들의 일상은 나보단 훨씬 덜 피곤하고 활력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평생 저혈압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현재 내 상태가 피곤한지 어쩐지도 모른다. 다만, 남들보다 쉽게 피로하고 지치는 게 운동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체질적인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근데 뭐 이런 취약점이 있는데도 운동 안하고 체력 키울 생각 안한 건 100% 내 잘못이다.

 

6. 엄마의 치료

  내가 엄마에게 감기몸살을 옮긴 것 같다. 암환자는 다른 병에 걸리지 않게 엄청 조심해야 하는데, 오늘 우리 엄마는 내가 사무실 이사 후 앓은 증세와 완전히 동일한 증상의 감기에 걸려서 앓아 누우셨다. 죄책감이 든다. 다행히 내일 원래 병원 가는 날이라, 의사 선생님께 관련해서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 문제는 요즘 병원마다 내과에 감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엄마도 2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15분 이상 앉아 있지도 못하는 상태인데, 나도 힘들어 죽을 뻔 했던 장시간 대기를 하실 수 있을지..

  엄마께 항암용으로 투약하는 약이 3개에서 한 개로 줄었다. 하지만 6차 항암 후 C.T 사진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이 나쁜 소식이 내 감기 몸살의 결정타가 됐다. 월요일에 간신히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힘들게 6번이나 항암을 받았는데, 복수가 다시 찼다는 소식을 사무실에서 전해 듣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물을 마시는데 손이 덜덜덜덜 떨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결근했다.

 

7. 그리운 친구

  자유공원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동인천 파스쿠치에 갔다. 그 카페는 지금은 시집간 친구와 같이 가던 곳이었다. 대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친구는 엄청난 독서가였다. 어느 날은 자기가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로 유명한 주요섭 소설가의 단편 소설집을 읽었다면서, 그 책 이야기를 신나게 해줬다. 그런데 주요섭 소설 이야기를 한 다음부터 친구는 자꾸 주요섭 소설 속의 말을 따라했다. "처녀티 좀 나면 나아디갔디."  같은 말로 대화를 할 때마다 난 배꼽을 잡고 웃었다. 혼자 파스쿠치에 앉아서 듣고있기 힘든 멜론 최신가요 100 곡 중 하나로 추정되는 구린 가요를 들으며 (예전에는 선곡이 좋았는데..) 주요섭 소설체 생각이 나서 혼자 베시시 웃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헤어진 옛 애인을 그리워 하는 것 만큼이나 절절할 수 있음을 그 때 느꼈다. 그 친구에게 이런 저런 고민을 이야기 하고 푸념을 하면 항상 최상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근데 그게 거짓말로 나 위로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 친구는 정말로 내가 언젠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질 것이라 믿고 있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친구의 말이 정말 이뤄지기 힘든 일 임을 알면서도 너무 힘들때는 이상하게 듣고 싶다. 다 잘될거라는 진심어린 친구의 말이.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