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개소리
사람이 태어나서 부모님께 지극한 사랑을 받다 보면 자기 혼자서 옹아리를 하다가 말도 하게 되고 걷게 되고 뛰게 되고 친구도 사귀게 되고 공부도 하게 된다. 그렇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태어나서 필요한 건 진짜 비틀즈 노래 가사처럼 사랑 밖에는 없는 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말을 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두 발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준 것도 아니지만, 사람은 지극한 사랑을 받다보면 안가르쳐 준 것도 다 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난 그걸 알기 때문에 내가 평생동안 고민하고 시달려온 문제에 단 한번도 시달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성공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다.
알면서도 그런 인간들을 보면 심사가 뒤틀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왜냐면 난 그렇게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난 겁내 찌질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 책을 사서 읽고, 그런 사람 강좌를 찾아가고 하는데 난 솔직히 그런데서 나오는 말은 다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 말대로 돌아가는 세상이었다면, 이 세상에는 소설도 없고 시도 없고 그림도 없고 노래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난 오늘 단 한번도 부족함이 없이 살아온 것 같은 사람에게서 충고를 들었다. 물론 그 사람은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름대로 노력해서 자기의 것을 쟁취하고 자기의 위치를 구축했지만, 난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 사람은 깊은 좌절과 실패의 쓴 맛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으니까, 그 정도는 느낄 수 있다.
사실, 남에게 충고를 쉽게 한다는 게 그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어쩔 수 없는" 이라는 말이 핑계나 변명이 아닌, 진짜 실패의 유일한 이유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그 "어쩔 수 없는" 상황때문에 무너지는 부모님을 단 한 번이라도 지켜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남에게 충고를 남발할 순 없을 것이다.
다가오지도 않을 일을 겁내는 건 그 일이 얼마나 괴로운 지 알기 때문이지 겁이 많아서가 아니다.
또, 그런 괴로움 앞에서 대범하게 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괴로움을 모르는 거지 남들보다 잘나서가 아니다.
진정한 상실감을 맛본다면 지금 날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마 그 사람은 평생 그럴 일이 없을거다.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나 또한 이렇게 태어났고.